“우리가 만약 죽은 뒤에도 꿈을 꿀 수 있다면 죽음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 꿈이 지겨워도 상관은 없다” 라는 구미코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일상 속에 갇혀 버린 사랑, 결혼생활의 문제를 죽음이라는 초현실적 기제를 통해서 탐구한다. 이 영화는 결혼생활에서의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묘사한다. 남편의 공간은 보통 여자의 공간이라고 명명되는 그리고 이 영화의 유일한 공간이기도 한 집이다. 그와 관련된 것은 모두 집에서 벌어지는 사건,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반면 아내는 오프닝과 엔딩의 환상적인 장면과 몇 마디 안 되는 그러나 매우 함축적인 내레이션을 통해서 보여진다. 심리물의 형식으로 드러난 그들의 갈등은 아내를 완전히 소유하고 싶은 남편과 그것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고 싶어하는 아내의 문제로 판명난다. 죽음이라는 극단적 단절을 통해 이들의 일상에 묻혀 있던 문제를 끄집어 내는 감독의 시선은 그 재능을 읽어 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더불어 매우 절제된 공간과 대사, 그리고 카메라로 이야기를 탄탄하게 이끌어 가는 연출력은 이치오 나오키라는 이름을 기억하도록 한다. (2001년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손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