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에서 의사로 일했던 브루노는 통일 이후 3D 직업으로 생계를 연명하고 있다. 어머니의 성화로 신부감을 구하기 위해 소개소를 가장한 매매춘 업소에 돈을 낸 브루노는 일이 꼬이면서 아니타를 만나게 된다. 아니타는 원래 업소 소속의 창녀가 아닌, 업소 주인이 가담하고 있는 범죄 조직의 일원이다. 동남아에서 아이를 납치해 가방으로 옮겨서 조직에 넘기는 일을 하고 있는 아니타는 조직 내부의 문제 때문에 업소 주인에게 몸이 묶여 있는 상태다. 업소 주인은 아니타 대신 다른 창녀를 그에게 소개하지만 아니타만 고집하는 브루노. 거기에, 이 업소주인에게 전달되기로 한 마약을 모두 삼켜버린 말이 브루노에게 오고, 설상가상으로 아니타가 '운반한' 소년 역시 브루노의 집에 오게 되면서 일은 점점 꼬여 간다. 브루노와 아니타, 그리고 아니타에 의해 낯선 독일땅에 떨어진 소년. 이 셋이 벌이는, 절망스러운 현실에서의 탈출기. 영화 에도 수록된 독일의 팝송, 'Ein Schiff Wird Kommen'은 언젠가 배가 돌아오면 사랑도 돌아오리라는 낭만적인 희망의 가사를 담고 있다. 그 곡의 제목을 그대로 딴 이 영화 역시, 궁극적으로 희망을 제시한다. 통일 이후 사회적 혼란을 계속하고 있는 독일을 배경으로, 갈 데 없이 출구가 막힌 삶을 살고 있는 브루노와 아니타. 그리고 이 낯선 독일 땅에 떨어진 베트남 소년. 아무리 남루한 현실이라도 기적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전혀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이 셋이 만나고, 함께 하게 되는 것, 그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기적이고 판타지다. 영화의 결말은 노래의 제목과는 역설적으로 이들을 태운 배가 독일땅을 떠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여기서 관객은 오히려 안도와 만족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판타지는 현실을 기반으로 할 때 더욱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는 법. 영화의 외양은 정치풍자코미디이지만, 그 안에 담긴 휴머니즘은 관객에게 충분히 기적 같은 희망의 판타지를 제공한다. (2003년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