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소통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영화의 인물들이 떠안고 있는 고민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에는 한 마디의 대사도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대사가 등장한다고 해서 그들의 욕망과 관계의 변화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상상은 하기 어렵다. 서로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시선은 매번 서로를 어긋나고 파편화된 공간은 그들을 따로 고립시킨다. 언어의 부재는 등장 인물들간의 관계뿐 아니라 관람의 경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관객이 인물들간의 대화를 엿들을 기회가 차단되면서 그들의 정체와 관계는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소년과 여인은 모자 관계가 분명해 보이지만, 소년을 사랑하는 나이 많은 남자의 정체는 끝내 명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관계의 회복을 꿈꾸는 어머니와 관계의 유지를 바라는 남자 사이에서 소년이 모든 관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이 만들어낸 혼돈과 욕망의 충돌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은 소년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상황의 변화가 만들어낸 구도의 전환을 암시하지만, 아무래도 손쉬운 해피엔딩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옥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