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국경과 인접한 인도의 북서부의 구치지방. 낙타로 화물을 운송하는 아버지를 둔 소누는 학교보다 마을 공터가 좋은 개구쟁이 소년이다. 어느 날 소누는 여동생 라카미와 함께 3마리의 낙타에게 풀을 먹이러 나간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낙타들은 사라지고 허겁지겁 이들을 찾아 나선 소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가 버린다. 다행히 착한 파키스탄인 가족을 만난 소누는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파키스탄인들은 소누를 안전하게 돌려보면서 낙타도 찾아서 보내주겠다고 약속한다. 겨우 집으로 돌아왔지만 생계수단인 낙타를 잃은 아버지는 크게 노한다. 약속대로 파키스탄인들이 낙타를 돌려보내려 하지만 국경수비대는 낙타도 서류가 없으면 통관이 안된다며 이들을 가로막는다.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골든 엘리펀트 국제 어린이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영화. 이외에도 베를린, 토론토, 폴란드 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초청됐다. 정통 맛살라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 인트로를 비롯해 가끔 인도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가 등장한다. 단순히 재미를 주는 장치가 아니다. 소년 소누는 거꾸로 매달려 세상이 뒤죽박죽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갈라서서, 종종 국경분쟁을 일으키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셈. 영화 원제인 'Heda Hoda' 역시 '여기 저기, Here There' 란 뜻으로 이런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무거운 주제지만 어린이 영화다운 가벼운 오버와 코믹한 설정으로 부담스럽지 않다. 사람의 통행은 막혀 있지만 낙타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국경이 아이러니에 우리의 분단현실이 떠오른다. "좋은 어린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우유를 만드는 것과 같다" 라는 비노드 가나트라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004년 제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우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