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 좋은 가족, 화목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당연히 행복해야 할 12살 꼬마 여자아이, 아사히. 그러나 그녀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그림책에 매료되고, 이 세상엔 희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한다. 한편, 오사와, 케이고, 로디, 마루라는 4명의 사내들은 트럭을 몰며 도쿄를 누비고 다닌다. 그 트럭의 안에는 그들이 납치한 어느 회사의 사장인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여고생이 갇혀있다. 그 사내들은 납치된 사람들의 몸값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저 그들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즐긴다. 바다를 향하던 그들의 트럭은 예상치 못하게 급정거를 하게 된다. 멈춰진 트럭 앞에 나타난 것은 하얀 피리를 들고 있는 중년 남자. 그는 직장을 잃고 가족에게도 버림을 받은 후, 노여움에 정신 이상을 일으킨 자이다. 그의 등장으로 인해 트럭 안은 대혼란이 일어난다. 자살을 시도했던 아사히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사히와 트럭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영화의 주무대인 트럭 안에는 탐욕, 슬픔, 노여움, 불안감, 배신감 등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 넘쳐흐른다. 그것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인간의 더러운 마음이 가득 차있는-와도 같다. 영화 속 아사히는 말한다. “아름다운 상자 속에는 더러운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 아름다운 상자를 볼 뿐이다”라고. 어린아이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대사는 우리에게 우리의 가치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한다. (2005년 제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황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