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과 가족, 시간속에 회귀하는 인간의 죽음과 고독에 대해

가로등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에서 잠들기 직전 느끼게 되는 건 적막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클래식 음악을 켜놓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옆에서 누가 있으면 숨소리라도 듣고 안심할 텐데. 그래서 늦게 자는 버릇이 생겼다. 새들이 깨어나는 시간쯤 되서야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어둠의 힘이 약해지는 걸 느끼면 비로소 심장이 뛰는 것 같고 틈으로 들어오는 빛에 기대어 서서히 잠들어 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묵직한 게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작품 속에 사랑과 증오 경멸 질투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가 짙게 깔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영화라기 보다는 영극에 가깝다. 차라리 영극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았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건 바하의 [요한 수난곡].

팔순을 넘긴 거장이 마지막으로 담은 영화 사라방드.. 죽음을 앞둔 노년으로써, 인생에 긴 흐름으로 볼때 가족간의 증오와 사랑은 끝과 시작이 없이 이어짐을.. 그리고 죽음의 공포로부터 위로 받을 사람도 애증의 관계였던 가족 뿐임을,,묵직한 현악 연주와 클로즈업 된 인물묘사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거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소품

최고 감독의 최고의 작품. 개인화 시대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