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잔잔하고 고요한 영화. 노처녀 라나(Rana)는 오지 산골마을에서 홀로 된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간다.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전장 터로 떠나 연락이 없는 연인 하비브(habib)를 기다리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딸이 안쓰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인근에 사는 청년 라흐맛(Rahmat)의 청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딸에게 말한다. 영화는 라나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안개 낀 산골마을은 아름답기 그지 없으며, 라나의 삶을 상징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램프의 가녀린 불빛 또한 중요한 모티브이다. 라나와 아버지는 라흐맛으로부터 램프를 빌리고, 라나는 이를 돌려주기 위해 심지를 사러 아랫마을로 내려간다. 안개 가득한 산골마을에서 램프의 불빛은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며, 동시에 라나가 기다리는 연인의 상징이기도 하다. 별다른 굴곡이 없는 라나의 삶과 기다림을 단지 유려한 화면만으로 묘사하는 파나바코다 레자이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김지석(수석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