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다큐멘터리 〈락앤롤 네덜란드!〉에서 감독은 네덜란드-인도네시아 다문화 가정의 음악인들을 조명한다. 35만 명에 이르는 같은 처지의 다문화인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서 환영받지 못한 그들은 결국 네덜란드로 도망치듯 떠나야만 했다. 네덜란드 정착 이후 ‘틸만 브라더스’나 ‘더 크레이지 로커스’와 같은 일련의 인도네시아계 네덜란드 밴드들은 로큰롤 음악에 매우 목마른 열광적인 네덜란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음악적인 면에선 매우 다를지 몰라도 이들에겐 상당히 많은 공통분모가 있다. 전쟁의 역사로 인해 타향에 적응하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와, 감정의 배출구이자 표현의 도구로 음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영화 〈락앤롤 네덜란드!〉에는 역경 속에서의 회복력, 등장인물들의 뿌리, 그들의 정체성 확립 과정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스윙) 음악과 혼재되어 다층적으로 표현된다.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네덜란드 동인도 식민지 시대의 현장 기록들과 희귀 공연 자료 역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2021년 제18회 EBS 국제다큐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