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에 띄엄띄엄 놓여 있는 유목 가옥 몇 채. 말과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유목민의 아이들은 뭘 하며 놀까? <몽골리안 핑퐁>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자 그 이상이다. 강에서 탁구공 하나를 발견한 유목민 소년 빌기는 우연히 습득한 그 ‘보물’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사운드만 겨우 들리는 TV를 통해 ‘탁구공은 중국의 국가적인 공이다’라는 사실을 알아낸 아이들은 국가에 그 공을 돌려줘야 하는 사명감에 불타서 급기야 가출을 감행한다. 부시맨이 코카콜라병을 만났을 때와 비견될 만한 이 사건은 이후 이 영화의 모든 서사를 결정지으며 소소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몽골리안 핑퐁>은 일종의 우화다. 유목민 아이들과 탁구공이라는 소재를 벗어나는 법이 없이 극소화된 서사 안에 소박하고 단순한 유목민의 삶이 천박한 문명에 조금씩 침식되는 풍경이 스며있는 것이다. 롱 테이크와 롱 쇼트, 그리고 고정된 카메라의 정적인 스타일 속에 흥미롭게 펼쳐진 아이들의 세계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것은 변화의 일로에 놓여있는 노마드적 삶의 경계가 얇고 위태로워졌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스러지는 아름다움의 마지막 순간을 담고 있는 <몽골리안 핑퐁>은 민족지학적 시선으로 노마드적 삶에 대한 은근한 예찬을 보내는 송가다. (부산국제영화제 - 강소원)